혼돈의 부동산 시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했지만, 수치는 다른 얘기를 한다. 문 대통령 임기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40% 올랐다.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24만건 이상을 집계해 조사한 결과다. 매매가만이 아니다. 현장에 나가보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상승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두더지 잡기처럼 시장을 자극해왔다. 최근엔 행정안전부까지 가세했다. 4주택 이상 다주택 세대가 주택을 유상거래할 때 취득세율이
외계인 납치 체험은 ‘수면마비’ 현상이다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엘리에저 스턴버그. 다산사이언스. 2만8000원시각장애인은 꿈에서 무엇을 볼까, 좀비도 차를 운전해 출퇴근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을까. 조현병 환자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유는 뭐고, 최면살인은 가능한가? 다중인격은 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할까? 뇌과학은 뇌 질환 환자들을 연구하며 발전했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신경계 질환을 갖고 병원을 찾은 실제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뇌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외
“문재인 대통령을 왜 싫어해, 선생님한테 혼난다.” “너 일베니?” 서울 인헌고 교내에서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했다고 의심받는 발언들이다. 지난 10월 22일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기자회견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40여일 후인 현재, 주요 제보자 격인 A군은 학교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학업중단 숙려제를 신청했다. 학생들 사이의 왕따와 위협 때문이라고 학수연 측은 밝혔다. A군은 전학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인헌고 사태는 한국 사회에 여러 논쟁거리를 건넸다. 옆나라 총리를 저주하는 구호를 학생들에게 외치도록 강요하는 일이 합
40개의 혁신 이룬 40인의 이야기창업지름신이준우 외. 이앤송. 1만6000원커피찌꺼기를 벽돌로 재탄생시켜 되파는 ‘커피 김선달’부터 한약재 굼벵이 100만마리를 팔아 억대 수입 버는 부부, 굼벵이에 곡물을 섞어 애견사료를 만든 귀농 창업가, 낚싯배 예약결제 앱을 운영하는 디지털 마도로스, 직장 출장 전문 요가 강사까지. 40인의 창업 사례를 모았다. 이들은 거창한 기술이나 자본을 업고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일상이 던진 작은 의문들을 놓치지 않고 크고 작은 혁신으로 연결시켰다. 창업가이자 업의 지평을 넓힌 혁신가들이란 공통점이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지난 11월 11일, ‘광군절(光棍節)’이 됐다. 중국의 최대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 계열 쇼핑몰들에 일제히 주문이 쏟아졌다. ‘광군’은 중국어로 독신을 뜻한다. 즉 중국에서 11월 11일은 본래 ‘독신자의 날’이다. 그런데 알리바바그룹 때문에 쇼핑축제일로 굳어졌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셈이다.쇼핑축제에 한국 화장품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엔 아이오앤코코리아 같은 ‘크로스보더 무역업체’가 있었다. 아이오앤코코리아(이하 아이오앤코)는 화장품에 특화된 풀필먼트 서비스업체다. 글로벌 뷰티 유
길어야 세 달, 그리고 처형. 평양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추방 북한 선원 두 명의 운명이다. 김정은 정권이 이들을 내버려둘 리가 없다는 암울한 진단이다.현재까지 밝혀진 탈북 어민 추방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10월 31일, 북 어민들이 탄 북한 선박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했다. 우리 군함은 이들을 북쪽으로 쫓아보냈다. 다음날 새벽, 다시 같은 어선이 NLL을 넘어 내려왔다. 해군은 이들을 뒤쫓으며 경고 방송을 했다. 방송에도 반응이 없자 두 차례 경고사격을 했다. 북 어선은 이에 불응
시계를 다섯 달 전으로 돌려보자. 환경의 날이었던 지난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창원에 내려가 미세먼지를 두고 연설을 했다. 일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중요 원인이다. 앞의 두 정부는 22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허가했다. 우리 정부는 탈석탄을 목표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 과거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LNG발전소로 전환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중 4기를 폐쇄했고, 남은 6기도 2021년까지 폐쇄할 계획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대부분 경유자동차를 비롯
“한국에 정착한 탈북 모자는 왜 아사했나요?” “탈북여성들은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고 있나요?”미국을 방문한 김정아 통일맘연합회 대표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미국을 찾았다.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을 돌며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 처한 인권 유린 상황을 고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학생들은 만나자마자 ‘한국의’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부터 물어왔다고 한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한성옥씨 모자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난 건지, 그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묻더라. 대답하느라
386세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주대환(65) 전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와 신지호(56) 전 국회의원, 이들의 두 번째 대화는 본격적인 386세대 분석으로 이어졌다. 원래는 ‘한국의 보수’를 집중적으로 얘기하기로 한 참이었다. 두 번째 대담을 한 10월 22일까지도 광화문과 서초동발(發) 갈등은 이어지고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의 퇴임 후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386세대와 진보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이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그 많던 주사파는 다 어디로 갔을까기자 “386세대 하면 ‘주사파’, 즉 주체사상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
다시 광장으로 나온 한국 민주주의, 어디로 가는 걸까. 노동 현장과 여의도, 보수와 진보 진영을 거쳐온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주대환 전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와 신지호 전 국회의원이다. 주대환(65) 대표는 ‘원조 좌파’다. 서울대 종교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민청학련 사건(1974), 긴급조치 9호 위반(1978), 부마항쟁(1979) 등으로 4차례 구속됐다. 1980년대에는 ‘김철순’이라는 가명으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등 노동운동 현장에서 ‘혁명’을 이끌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탈북여성들이 백악관에 가서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인권 유린을 증언할 예정이다. ‘통일맘연합회’의 김정아 대표와 탈북여성 손명희씨, 이모씨 등이 주인공들. 손씨는 김정은 정권 시기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북송돼 고문을 당했고, 김정아 대표도 탈북 후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끔찍한 인권 유린을 겪었다. 지난 10월 20일 미국을 방문한 이들은 10월 30일까지 미국 뉴욕, 워싱턴, 보스톤 등에서 탈북여성들의 인권 피해 상황을 알리고 있다. 김정아씨가 이끄는 통일맘연합회는 2016년 국회에서 열린 중국 내 탈북여성 인권 관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2016년 12월 9일 청와대 신임 민정수석이 발표됐다. 검사 출신인 조대환 변호사였다. 그는 이듬해 5월까지 반년간 민정수석 자리를 지키면서 ‘박근혜 청와대의 마지막 민정수석’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벼랑 끝으로 몰린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손길을 뿌리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지난 10월 7일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그때 왜 민정수석 자리를 수락했는지 물었다.“박근혜 대통령을 2007년 대선 경선 시절부터 도왔다. 실질적으로 대선운동의 시작부터 함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 숨구멍이 불구멍이지/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비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연탄’, 시인 이정록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전시작품 중에서)“이런 게 진짜 문학작품 아닌가요.” 김정현 작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래 홀로 지내다 돌아가신 어느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일기 한 대목 앞에서였다. ‘시래기를 삶았다. 된장국을 끓이려고. 어머니 생각이 난다.(2월 11일)’ ‘재석이
산문에 다가가자 부슬비가 내렸다. 지난 9월 22일 경기도 남양주 불암산에 있는 불암사를 찾은 길이었다. 일주문 처마 밑엔 몇몇이 비를 긋고 있다. 불교에선 산문을 사바세계와 불국토의 경계로 본다. 처마 밑은 삶과 죽음 사이를 잇는 다리인 셈이다.불암사는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다. 통일신라시대 지증대사가 창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창했다. 그 뒤 무학대사가 삼창을 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조선 세조 시기, 한양을 둘러싼 경기도에 왕실의 발전과 안녕을 비는 사찰을 선정했다. ‘동불암(불암사), 서진관(진관사), 남삼막(삼막
북한은 언제 붕괴할까. 1994년 김일성 사망 이래 계속 제기되어온 질문이다. 고난의 행군, 김정일 사망, 황장엽 등 고위인사 탈북 등 북한 정권이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전 세계 북한 연구자들이 제기한 이 질문은 이젠 약간 바뀌었다. ‘북한은 과연 붕괴할까.’최근 북·중 접경지대 등에서 북한 주민들을 접촉한 복수의 인사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 내부는 큰 흔들림이 없다. 대북 경제 제재도 큰 영향력은 없는 듯하다. 2005년 즈음부터 북한은 이미 15년 가까이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 살아왔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만 있다면 가혹한
안철수 전 의원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년 8월 독일로 떠난 안 전 의원은 13개월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당 내외 인사들의 연락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안 전 의원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지난 6월엔 장진영 대표비서실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안 전 의원에게 연락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소셜미디어 메신저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 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대신 손 대표는 ‘손학규 선언’ 등 언론을 통해 안 전 의원에게 간접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
일본인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가고 있는 요즘, 보통 일본인들의 마음엔 어떤 기류가 흐르고 있을까. 평소 알고 지낸 일본인 지인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안부를 물었다. 안부 인사엔 반갑게 화답했지만, 정치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는 것은 저어하는 눈치였다. 유학이나 사업 관계로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쭉 만날 사이라 그럴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뜨내기 관광객에겐 오히려 민낯을 보여줄지 모른다. 일본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시즈오카현은 오사카와 도쿄 중간에 있다
토요일 밤 8시의 분향소는 조용했다. 지난 8월 1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의 분향소. 지난 7월 31일 서울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자 한성옥씨 모자를 위한 공간이었다. 세월호 추모시설이 들어서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30여m 떨어진 인도 위에 세워졌다. 분향소라고 하지만 임시로 세운 작은 천막 안에 고인의 사진을 세워놓았을 뿐이다.분향소가 설치된 지난 8월 14일부터 이 기사를 쓰고 있는 8월 22일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한성옥 모자를 위한 분향소를 찾지 않았다. 같은 기간 김연철
잘 알려져 있듯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거주제도다. 목돈의 전세보증금을 맡기고 2년 동안 사는 방식은 언뜻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 같지만 잘 따져봐야 한다.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소유주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그림자 사금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와 주택 소유주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상황 판단을 잘 해봐야 한다.세입자 입장에서 따져 보면 이렇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전세를 고집하다 자칫 주택 매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임차인의 자산 가치 상승에 기여하며 2년에 한 번씩 전셋값만 올려줄 수 있
결국 정리해 보면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의 기초체력과, 안목 있는 기업의 지원, 재능 있는 감독, 이 세 요소가 길러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영화 ‘기생충’ 얘기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탄생 과정을 설명하며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5일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소감을 밝히며 “기생충(제작)은 대단한 모험,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해준 CJ 식구들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봉 감독이 ‘식구’라는 표현을 쓸 만도 한 것이, 그의 영화 세계가 성장할 때마다 그 옆엔 CJ가 있었